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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동물 학대 의심에도 '부검 거부' 소극적 수사

 

[비건뉴스=김유진 기자] 길고양이 독극물 폐사 등 야생 동물 학대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소극적인 대처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물 학대 범죄 수사를 위한 절차를 만들어놓고도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자주 일어나는 것.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달 30일 서울 성북구 성북천 산책로에서 독극물 폐사로 의심되는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됐지만 별다른 수사 없이 사체가 유실됐다고 9일 밝혔다.

 

카라 측은 시민들의 눈에 띄는 장소에서 팔다리를 뻗은 인위적인 자세로 발견된 점 등을 고려하면 누군가가 길고양이를 죽여 사체를 고의로 전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한다. 한 시민의 신고로 경찰이 이 사안을 인지했지만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신고자는 “독극물로 인한 고의적 폐사가 의심된다“며 부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지방자치단체에 사체 처분을 신청했고 이후 사체가 사라지면서 학대 여부를 밝힐 수 없게 됐다. 

 

 

윤성모 카라 정책변화팀 활동가는 “독극물로 인한 사망인지 밝히고자 사체를 돌려받으려 했으나 구청은 수거된 사체가 없다고 해 부검도 불가능하게 됐다”고 전했다.

 

경찰이 야생 동물 사체 부검을 거부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성북천에서 학대 사망으로 의심되는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카라 측은 사체가 발견되기 전 인근 고양이 급식소가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한 점을 들어 학대에 의한 사망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부검을 의뢰했으나 거부당했다. 이후 경찰은 시민 민원이 잇따르자 부검 의뢰를 받아들였다. 부검 결과 이 고양이는 ‘외부 충격에 의한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에도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사체를 발견한 시민이 동물병원에서 부검의뢰서를 받아 경찰에 제출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경찰의 이런 대처는 경찰청이 마련한 매뉴얼과 거리가 있다. 2021년 경찰청이 개정한 ‘동물 대상 범죄 벌칙 해설’에는 경찰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동물 사체 부검 의뢰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 활동가는 “매뉴얼을 언급하면 그제야 경찰이 태도를 바꾸는 경우도 많다”며 “자의적으로 부검 의뢰를 거부하거나 사체를 처분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소속 한주현 변호사는 “필요할 때 부검을 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경찰에 부검을 요청해도 거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경찰 내부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은 “모든 부검 의뢰를 현장에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동물 학대 관련 해설서가 있지만 현장에서 부검 필요성을 명확히 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면서 “동물 학대 특별사법경찰관 등 지자체 차원의 관심과 협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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