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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 이광복 도편수, 뛰어난 기술에 인문학 지식 더해 수려하고 빛나는 고건축 만든다

[비건뉴스=김남수 기자] 오늘날은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합 시대다. 융합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것은 물론 4차 산업 혁명이 가속화됨에 따라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과학과 기술은 어느새 AI의 상용화까지 가져온 만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이러한 과학기술 시대에서 인문학의 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인문학과 기술이 융합되어야만 더 나은 인간을 위한 혁신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광복 도편수는 인문학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문화적인 감성이 빼어난 건축물을 탄생시키며 주목받고 있다. 본지에서는 한민족의 정신이 오롯이 담긴 현대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전통 한옥 목수로 인정받는 이광복 도편수를 인터뷰했다.

 

 

도편수는 집을 지을 때 책임을 지고 일을 지휘하는 우두머리 목수를 의미한다. 단순히 집을 짓는 것뿐만 아니라 기본 설계에서 건축기술 등을 조율하는 종합예술가로 집터의 풍수지리, 건물 위치, 방향 잡기와 함께 건물의 예술적 쓰임새까지 책임지는 한옥건축의 최고위직 장인이라고 할 수 있다. 대목장(大木匠)으로 불리는 이광복 도편수는 목수였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일찍이 목수 연장을 손에 익히며 목포공고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목수 DNA를 물려받은 그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건축 목공 분야 학생기능경기대회 금상을 비롯해 지방기능올림픽대회 은상 등을 차지하며 관련 업계에서 명성을 떨치며 기능장에 올랐다.

 

 

이후 그는 당대 최고 도편수였던 故 조희환 선생에게 사사했고, 故 목수 신영훈 선생으로부터 ‘나무의 물리를 터득했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도편수로 인정받았다. 불교 건축의 해박한 지혜를 가지고 있는 현고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 이광복 도편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안동 봉정사 극락전 해체 수리를 필두로 가평 대원사 고려시대 대웅전 신축, 서울 화계사 보물 동종각 신축, 잠실 불광사 대웅전, 설악산 봉정암 적멸보궁, 여주 신륵사 극락보전, 은평 진관사 해체 신축공사, 서울흥천사 극락보전 대방 해체 보수공사 등을 수행하였으며, 2022년 8월 개관한 세종 광제사 대웅보전‧한국불교문화체험관 준공을 진두지휘하며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으로부터 표창패를 받았다. 또한, 그는 미국 뉴욕에 한국 전통 불교 사찰인 ‘뉴욕 원각사 대작불사’를 K-전통 한옥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어 세계적인 관심도 한 몸에 받고 있다.

 

 

 

◇ 세종 광제사 대웅보전‧한국불교문화체험관은 나의 인생 역작

 

세종 광제사 대웅보전과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은 이광복 도편수의 인생 역작이나 다름없다. 이광복 도편수는 지난 2022년 8월 개관한 광제사 대웅보전과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의 전통 목조건축 분야 총괄 지휘를 맡았으며, 자신의 모든 역량을 총집결하여 대한민국 역사에 남을 건축물을 세상에 탄생시켰다.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은 불교 건축‧미술‧공예 등 조형예술과 승무‧범패 등 공연예술, 간화선 등 명상 수행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입니다. 제 손길로 탄생한 이곳은 총 1,662평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세워졌으며, 다목적실을 비롯해 사찰음식 체험장, 전통예술체험장, 전통문화홍보관, 명상체험실, 문화체험실, 어린이열람실 등 다양한 불교문화 체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광제사 대웅보전과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이 개관하는 데 있어서 제가 조금이나마 이바지한 것은 무한한 영광이며, 더욱 많은 분이 이곳에서 우리의 유려한 전통문화를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불교문화체험관 내에 있는 광제사 대웅보전은 96평 규모의 전통 한옥 양식으로 지어졌다. 광제사는 ‘널리 중생을 구제한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추진한 ‘백만원력 결집불사’ 사업의 두 번째 성과라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이광복 도편수는 앞으로도 대목장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며 우리 전통 한옥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한편 국위선양에도 일조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건축물에 맞게 도면 설계 및 나무 문양 디자인

 

“저는 도편수로서 각 작품에 맞는 인문학적 배경과 기본 개념 등 지식을 토대로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를 수 있도록 건축물을 짓고 있습니다. 즉, 건축물에 맞게 제가 직접 도면을 그리고 이에 맞는 나무의 문양을 디자인합니다. 그 디자인을 바탕으로 나무에 조각을 새겨 공간에 구현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죠. 이렇듯 단순히 나무만 잘 다루는 것이 아닌 인문학 지식과 문화적 감성도 겸비해야만 비로소 건축물이 더욱 수려하고 빛이 날 수 있습니다.”

현재 이광복 도편수는 설악산 신흥사 108 법당과 보호각 건설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해 6월부터 관련 준비에 착수한 이광복 도편수는 건축 도면을 손수 그리고 옥천 성안 목재 내에서 나무를 다듬고 있다.

 

 

부처님 오시는 4월 초8일에 기둥을 세우고 집을 짜기 시작하여 8월 중 건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광복 도편수는 “저는 쓰임새와 용도에 맞게 건축물에 주안점을 줌으로써 작품 격조를 높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작업은 법당과 보호각 영건인 만큼 부처님 말씀을 건물 도면과 공간으로 구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당연히 인문학적 배경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입니다.”라고 말하며 설악산 신흥사 108 법당과 보호각 영건 역시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불교적 감성을 기반으로 더욱 아름답고 격조 있게 완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우리의 정신만큼은 지속해서 확장하는 게 중요

 

이광복 도편수는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13대 이사장, 문화재 전문위원, 대한민국 대한명인 경기지회 회장,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교육원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명예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편수인 그는 무엇보다도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되 그 근본만큼은 지켜가며 우리 것을 재창조해야 한다는 견해다.

 

 

“우리의 정신은 부모로부터 옵니다. 즉, 우리의 정신은 조상에게서 옵니다. 쉽게 말해 조상이 없으면 나 역시 존재하지 않습니다. 문화재 역시 마찬가지죠. 문화재를 비롯한 전통문화는 현대 시대에 맞게 계승 발전시켜야 하지만, 그 근본만큼은 철저히 지켜가며 우리 것을 재창조해야 합니다. 여기서 비롯된 우리의 정신만큼은 지속해서 확장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이를 항상 명심한 채 이 시대에 맞는 좋은 고건축을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부단히 정진해가겠습니다.”

 

 

우리의 빛나는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은 장인의 손길로 탄생한다. 이에 반해 장인이 실질적으로 받는 대우는 그들이 하는 일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한 이광복 도편수는 젊은 세대가 장인의 기술을 잇지 않으면 그 기술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이광복 도편수는 현재 젊은 후학들에게 자기 기술을 전수하고 있으며, 문화유산을 다루는 장인은 명의와도 같아 명의는 생명을 다루는 것처럼, 국가유산을 지키고 보전 및 문화유산을 만드는데 일조를 다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수준 높은 교육이 중요하므로 국가 차원에서 그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자랑스럽게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통 및 한옥 문화를 향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우리의 고건축이 미래 세대를 만나고 이광복 도편수의 또 다른 인생 역작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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