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슈퍼푸드로 발효 양배추인 ‘사우어크라우트’가 떠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연구팀은 사우어크라우트가 장 점막의 염증을 억제하고 장벽 기능을 보호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우어크라우트는 유럽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전통 발효식품으로, 이번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그 효능이 입증된 셈이다. 연구를 이끈 마리아 마르코(Maria Marco) 교수는 “집에서 만들든 시중에서 구입하든, 사우어크라우트는 모두 장 점막을 보호하는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생 양배추, 가정 발효 사우어크라우트, 시판 제품 등 세 가지를 비교 분석하고, 각각의 샘플이 염증성 자극을 받은 장 세포 모델(Caco-2)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발효 양배추는 장 세포 사이의 연결을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됐으며, 염증으로 인한 장벽 손상을 막는 데 효과적이었다.
반면 생 양배추나 발효액(브라인)은 같은 효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사우어크라우트는 장벽의 전기 저항(TER)을 유지하고, 불필요한 물질이 장 벽을 통과하는 것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사우어크라우트에서 검출된 500여 가지 대사물질 중 특히 D-페닐락테이트(D-PLA), 인돌-3-락테이트(ILA), 젖산 등 장내 유익균이 생성하는 물질들이 면역 기능 강화와 장 보호에 관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해당 물질들을 따로 분리해 사용했을 때보다, 전체 사우어크라우트를 그대로 활용했을 때 장 보호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나 ‘식품 자체의 시너지 효과’가 중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프로바이오틱스 균주인 락티플란티박실러스 플란타룸(Lactiplantibacillus plantarum)이 포함된 발효 양배추는 건강에 유익한 당알코올과 산도를 증가시켜 보존성과 장내 환경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흥미롭게도 일부 실험에서는 염증 유전자 지표인 IL-8 수치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장벽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는 사우어크라우트가 염증 억제보다는 장 손상 자체를 막는 다른 경로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르코 교수는 “사우어크라우트와 같은 발효 채소를 식단에 소량씩 정기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장 건강과 염증 저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응용 및 환경 미생물학(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향후 인체 대상 실험을 통해 사우어크라우트의 효능을 보다 정밀하게 검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