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부패의 맛’ 시즌 2는 아보카도 전쟁을 다뤘다. 각종 먹을거리가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숨겨진 부패와 비리를 파헤친 이 다큐멘터리는 초록빛 황금이라 불리는 아보카도에 전 세계인이 열광하지만 피의 전쟁이 숨어 있다고 고발한다.
아보카도는 채식 식단에 자주 오르는 식재료다.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에게 아보카도는 건강한 동물성지방 섭취원이다. 맛도 좋고 건강에는 더 좋은 아보카도이지만 ‘환경 파괴’라는 생각지도 못한 단점이 있다.
아보카도는 불포화지방과 칼륨, 비타민E 등 영양소가 풍부하며 체중조절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국가를 막론하고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SNS에서는 아보카도 레시피, 아보카도 먹는법과 관련된 사진을 수천만 장 찾아볼 수 있다.
슈퍼푸드로 유명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아보카도를 찾자 문제가 생겼다. 아보카도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숲이 파괴된다는 점이다. 이유는 아보카도 수익성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멕시코 농부들이 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아보카도를 심기 시작한 것이다. 멕시코는 전 세계 아보카도 생산량의 45%를 담당하고 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아보카도 농장 때문에 1800~2400만평 숲이 사라지고 있다. 아보카도의 생산량은 2012년 154톤에 불과했지만 2017년 2만5000톤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렇게 아보카도 생산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사이에 숲은 사라지고 있었다.
아보카도 재배 면적은 1990년대 20km 였지만, 최근에는 약 160km에 달한다는 보고가 나왔다. 농민들은 아보카도 재배로 큰 수익을 얻고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숲을 갈아엎고 있다.
◆ 아보카도는 물 먹는 괴물
아보카도의 어원은 ‘아후아카틀(Ahuacatl)'이다. 물을 많이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재배할 때 다른 과일보다 물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보카도 열매 한 개를 키우려면 물 320L가 필요한데, 이는 성인 160명이 하루에 마시는 양이다.

지금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물 부족을 겪고 있다. 에티오피아, 파푸아뉴기니, 우간다, 소말리아, 앙골라, 차드, 콩고민주공화국 등에서는 깨끗한 식수를 마시기 힘든 상황이다. 오염된 물을 마시는 곳에서는 각종 질병과 전염병이 유행할 수밖에 없다. 비영리단체 세계자원연구소는 2030년경에는 300만 명이 거주하는 45개 도시에서는 물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보카도 재배 지역도 물 부족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보카도는 멕시코와 칠레 등 남미대륙에서 주로 재배되는데, 칠레의 발파라이소주의 한 마을에서는 심각한 물 부족을 호소했다. 지역주민들은 아보카도 농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역의 하천 지하수를 아보카도 농장으로 끌어 쓴 탓에 정작 주민들은 마실 물도 씻을 물도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아보카도 나무에 물을 주다보니 결국 지역의 강은 순식간에 메말라버렸다.
◆ 후숙할수록 탄소배출량은 늘어난다
육류가 아니면, 특히 채소와 과일은 탄소배출에서 자유로울 것 같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가령 아보카도 2개는 이산화탄소 836g을 배출한다. 바나나 1kg이 배출하는 탄소양의 두 배에 가깝다.
아보카도는 후숙 과일로 일정기간 상온에 보관해 숙성시킨 뒤 먹어야 한다. 그런데 후숙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게다가 수만 km를 이동해 세계 각국의 식탁에 오른다. 운송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이 배출되고 결국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된다. 국내 아보카도 수입량은 2010년 457톤에서 2018년 1만1560톤으로 25배 이상 급격하게 늘어났다. 아보카도의 수입량이 늘어난 만큼 운송량도 늘어났고 탄소배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 범죄와도 관련 있다
아보카도가 야기한 또 다른 문제는 범죄연루다. 워낙 아보카도 인기가 높은 탓에 현지에서는 ‘초록빛 황금’이라고 불린다. 아보카도를 탈취하기 위해 마약 카르텔은 농부들을 납치, 살해하고 있다.
아보카도의 어두운 면이 알려지면서 아일랜드의 한 레스토랑 아나이어(Aniar)는 아보카도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레스토랑은 “아보카도를 대체할 재료는 많다. 아보카도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보카도의 소비는 엄청나다. 2018년 미국인이 매주 소비하는 아보카도는 2만1000톤을 기록했다. 일 년에 약 110만 톤을 먹는 셈이다.
건강을 위해 먹기 시작한 아보카도가 한편으로는 지구 반대편의 수많은 사람의 삶을 위협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부패의 맛’에서는 “식량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옳은 일을 하면 옳은 방향으로 바뀐다”라고 주장했다. 먹을수록 환경이 파괴되는 만큼 아보카도 대안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