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장 기술 및 운송 수단이 발달함에 따라 식량의 생산지역과 소비 지역간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손쉽게 전 세계에서 수확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똑똑한 소비를 위해서는 식재료의 ‘푸드 마일리지’를 고려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푸드 마일리지’란 농산물 등 식품이 생산된 곳에서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1994년 영국의 환경운동가 팀 랭(Tim Lang)이 도입한 것으로 최근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슈머가 먹거리를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한다.
푸드 마일리지는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식품 수송량에 수송거리를 곱해 나타낸 것으로 식품 수송에 의한 환경부하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푸드 마일리지는 수송량이 많고 이동거리가 멀수록 커진다. 예를들어 국내산 참다래의 푸드 마일리지가 0.96t·㎞인데 비해 뉴질랜드산 키위의 푸드마일리지는 20.14t·㎞다. 푸드마일리지가 큰 식품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증가시킨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장거리 운송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환경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또 식품의 장거리 이동은 편리한 운송 및 보관을 위해 포장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이는 불필요한 플라스틱, 종이 등 쓰레기를 생산한다. 아울러 식품 이동거리가 길어지면 식품의 변질을 막기 위해 방부제, 살충제 등의 화학약품이 사용되기 때문에 식품안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입산의 경우는 유통 거리 때문에 농산물이 숙성되기 전에 수확을 하는 경우가 많아 영양소 함량이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2008년 국제 식품 영양과학회지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푸드마일리지가 높은 수입산 브로콜리는 현지에서 공급된 브로콜리보다 비타민C 함유량이 절반 가량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푸드 마일리지는 7085t·㎞로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 중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1인당 739t·㎞인 프랑스의 약 10배 수준이다. 또 식품 수송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인 탄소발자국도 4개국 중 1위로 나타나 수입 식량 의존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전문가들은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로컬 푸드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꼽는다. 지난 8월 세계 경제 포럼(WEF)는 보고서를 통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식품의 이동 거리가 짧고 더 안전하며 공정한 로컬 푸드 시스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