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인 가족이 사는 우리 집 옷장에는 청바지가 총 6벌 있다. 유행이 지나 얼마 전 버린 청바지 2벌까지 합하면 8벌을 가지고 있던 셈이다. 청바지 8벌은 환경오염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린피스에 따르면, 청바지 8벌 제작에 물 5만 6000ℓ가 들어갔으며 이산화탄소는 260kg 배출됐다.
지난 9월 옥스팜코리아에 따르면, 누구나 한 벌은 가지고 있는 기본 아이템 티셔츠 한 장과 청바지를 만들려면 면 재배부터 염색 과정까지 2만ℓ의 물이 사용된다.
자라, H&M 등 SPA브랜드를 시작으로 패스트패션의 인기는 세계로 퍼져나갔다. 심지어 최근에는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울트라 패스트패션도 등장했다. 기존의 SPA브랜드보다 가격은 더 저렴하며 SNS를 활용해 유행을 선도해 더 자주, 더 많은 소비를 이끌어내고 있다.
패스트패션의 가장 큰 문제는 환경오염이다. 유행이 자주 바뀌면서 의류 구매주기는 짧아지고 환경오염 문제는 심각해진다. 옥스팜코리아는 “영국에서는 매주 1300만 가지 옷이 버려진다. 이렇게 폐기된 옷이 1년간 모이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무게만큼 불어난다”라고 밝혔다.
티셔츠 한 장과 청바지 한 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2만ℓ의 물은 한 사람이 13년 이상 마실 수 있는 양에 해당된다.
섬유 1kg을 가공하려면 물 100~150ℓ가 필요하다.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여러 의류 중에서도 청바지 제작에 필요한 물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엄청나다. 재배 단계까지 포함하면 물 7000ℓ가 필요하며, 이산화탄소 32.5kg을 배출한다.
청바지는 왜 이렇게 환경오염을 야기할까? 청바지의 원료가 되는 목화를 재배하는 것부터 염료인 인디고 합성과 남은 염료를 씻어내는 워싱 작업까지 모든 과정에 물이 많이 필요하고 유해물질이 사용된다.
목화솜은 천연섬유로 불리지만, 병충해에 약한 특성 때문에 농약이 많이 들어간다. 가령 면 소재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목화를 재배하려면 합성화학비료는 티스푼 기준 17개를 사용해야 한다.
목화밭에 농약을 살포하는 과정에서 농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인근 지역의 공기질을 나쁘게 만든다. 국제보건기구는 목화 재배 시 사용된 농약에 중독돼 사망하는 사람이 일 년에 2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청바지가 다른 의류보다 더 환경에 치명적인 이유는 워싱 작업 때문이다. 인디고로 염색을 마친 뒤에는 소재가 매우 뻣뻣하다. 용제를 넣은 물로 워싱 처리를 해 부드럽게 만들어 착용감을 높이고 무늬를 만든다. 워싱 작업에 사용되는 물과 화학약품은 결국 폐수로 흘러나간다.
또 다른 문제는 불공정한 임금 제도다. 더 저렴한 가격의 옷을 판매하기 위해 빈곤국의 의류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한다. 옥스팜에 따르면, 베트남의 한 운동화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란 씨는 유명한 패션브랜드의 운동화 공장에서 근무한다.
그는 “일주일 중 6일, 하루 9시간 이상씩 일하며 신발 1200켤레를 만든다. 하지만 한 달치 월급을 다 모아도 운동화 한 켤레를 살 수 없다”라고 말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다른 일을 추가로 해야만 한다.
2017년 설립된 서스테인유어스타일(Sustain Your Style)은 환경을 위해 의류 소비 행태를 바꾸자는 운동을 하는 단체다. 이 단체를 설리한 마틸드 샤르파일은 폐수의 20%는 염료와 섬유처리 과정에서 배출되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가 패션산업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또한 매년 염료 20만 톤이 폐수로 손실되는데 개발도상국에서는 폐수의 90%를 아무런 처리 없이 하천으로 배출한다.
그렇다면 옷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옷의 재활용 비율은 플라스틱이나 종이에 비해 확연히 낮다. 종이 재활용이 66%, 플라스틱 페트병 재활용이 29%인데 반해, 옷과 신발의 재활용은 13.6%에 그쳤다.
실질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로 소재의 복잡함이 손꼽힌다. 영국의 러프러버대학의 체트나 프라자파티 교수는 “면 100% 소재의 옷에도 폴리에스테르 라벨이나 봉제실이 들어간다. 청바지에도 봉제실과 지퍼, 단추, 염료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혼합 섬유로 제작되는 옷이 많아지다 보니 옷 소재를 일일이 분류하기도 쉽지 않다. 옷에 들어간 실을 재사용하려면 섬유 속 염료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옥스팜은 패스트패션의 어두운 그림자를 해결할 방법은 버리고 새로 사는 대신 기부하고 중고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옥스팜은 매년 9월이면 중고 제품의 홍보하고 과소비 문화의 지양을 독려하는 ‘세컨핸드 셉템버’ 캠페인을 펼친다고 전했다. 단체는 더 이상 입지 않는 옷과 패션 아이템을 수거해 선별하는 웨이스트세이버(WasteSaver) 센터를 세워 옥스팜 채리티숍에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전달해오고 있다. 이렇게 전달된 옷은 전 세계 1,200개 이상의 옥스팜 채리티숍에서 새 주인을 만난다. 매년 옥스팜 채리티숍을 통해 1만 4000톤의 옷이 재활용된다.
문제는 헌옷 기부도 점점 가치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집안의 섬유 쓰레기 문제를 타인에게 떠넘기는 방식이 됐다. 몇 년 전부터 불어온 미니멀리즘 인기와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 방송으로 인해 일명 ‘비우기’에 몰두하는 이도 많아졌다. 전 세계에 미니멀리즘 열풍을 일으킨 정리전문가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고 강조했다. 미니멀을 추구하는 이들은 그의 지침대로 옷장에 쌓여있던 멀쩡한 수많은 옷을 비워냈다. 아름다운 가게와 굿윌스토어, 옷캔 등에 여러 옷가지를 기부하며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또한 착각이다. 비우기는 결국 버리기다. 집안은 깨끗하게 비워냈지만, 다른 어딘가에 예쁜 쓰레기를 안겨줬을 뿐이다. 너무 많이 비워서 다시 옷을 사는 상황도 벌어진다.
결국 환경을 생각한다면 미니멀리즘이 아닌,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고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미 구입한 옷은 가능하면 많이 입고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는 방안을 생각한다. 옷을 새로 구입해야 한다면, 재활용 업체를 방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