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한 삶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동물 복지와 환경보호 등 가치 소비를 실천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채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가 일어나면서 최근에는 다양한 비건 레스토랑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채식 불모지’에 가까웠다.
그러나 14년 전부터 꾸준히 채식 대중화에 힘써온 비건 식당이 있다. 바로 ‘오세계향’이다. 2007년 인사동에 문을 연 오세계향은 ‘채식’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버섯과 콩고기로 익숙한 메뉴에 변주를 줘 소박하면서도 맛있는 채식을 선보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오세계향은 골목 안쪽에 있지만 깔끔한 외관으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목재로 지어진 내부는 고풍스럽고 아늑한 느낌이다.

메뉴는 불교식단에 따라 오신채(마늘과 파·부추·달래·흥거)를 먹지 않는 비건도 먹을 수 있도록 무오신채 옵션이 가능하다. 채식인 데다 무오신채라면 메뉴가 다양하지 않을 것 같지만 쌈밥, 불고기, 짜장면 등 한식, 중식, 양식을 아우르는 다양한 메뉴가 있다. 그 중 불고기, 스테이크 등 식물성 고기로 만든 요리도 보인다.

기자는 강된장과 매운 순두부찌개를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제공된 둥굴레차는 혈액 순환과 피부미용에 좋다고 하고 뒷맛이 구수해 자꾸 손이 갔다. 또 식당 곳곳에 채식 관련 자료들이 가득해 음식이 나올 동안에도 심심할 틈이 없다.
매운순두부찌개는 적당히 매우면서 어린 시절 먹던 어머니의 맛이 생각났다. 특히 순두부는 100% 국산콩을 사용해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그 고소함이 남다르다.

강된장비빔밥은 여러 가지 나물과 채소가 포함돼 구수한 강된장을 비벼 한입 먹으면 건강하면서 담백한 맛이었다. 채식에 잡곡밥을 더한 강된장비빔밥은 당뇨를 걱정하는 경우라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메뉴다.
또 콩고기는 씹을 때 버섯향으로 풍미가 가득했다. 콩고기는 소고기와 식감은 비슷하지만 단백질이 많이 포함돼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린다.
육식을 하면 비만과 성인병을 걱정해야 하는 반면 콩고기는 콩에 함유된 이소플라본과 레시틴 성분이 골다공증 예방에 탁월하고 지질대사를 촉진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춰 당뇨병과 고혈압을 예방한다고 알려진 건강식품이다. 다른 밑반찬들도 먹고 난 후 깔끔하고 개운한 기분이 들어 속이 편해지는 채식을 느끼게 해준다.


‘오세계향’은 논비건 지인이나 외국인 지인에게 채식을 소개하기 안성맞춤인 식당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인사동에 위치해서인지 외국인을 배려한 영문 메뉴표가 준비돼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채식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또 논비건에게는 채식을 하면 환경에 도움이 되는 비교표가 식단표 뒷부분에 알기 쉽게 적혀있어 채식의 중요성을 센스있게 알려줄 수 있는 식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