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는 인류 전체에 위협이 되지만, 모두 똑같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결국 가장 가난한 시민과 빈곤한 국가, 미래 세대 등 온실가스 배출에 적게 기여한 사람이 기후변화의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 7월 유엔인권이사회는 기후위기가 곧 인권위기나 마찬가지이며, 특히 장애인이 기후불평등에 내몰렸다고 밝혔다.
인간뿐 아니라 야생동물과 서식지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기후변화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는다면, 세계적으로 인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생활권과 식품, 식수, 건강, 주택에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
2018년 독일에서는 기후소송이 벌어졌다. 극심한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자 기후 목표 달성 실패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어서 케냐, 피지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유럽연합 의회와 이사회를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가뭄, 산물, 해수면 상승 위험으로 권리가 침해당했다. 유럽의 감축목표는 충분하지 않다”며 고소했다. 이들은 생명권과 건강권, 재산권, 직업선택의 자유권 등 기본권이 유럽환경 정책에 의해 침해받는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이상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는 인권의 문제다
지난해 필립 알스톤 유엔특별보고관은 ‘기후변화는 빈곤 계층에 가해지는 무의식적인 습격’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유엔인권이사회에 전달했다. 이미 세계은행은 전 세계 1억 2000만 명이 기후변화 때문에 2030년까지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알스톤 특별보고관은 “부유한 국가는 빈곤, 기아 등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은 ‘기후 아파르트헤이트’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경제 및 인종 불평등에 초래할 수 있는 영향을 인종차별정책을 의미하는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는 용어로 묘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빈곤층이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은 기후변화 비용의 75% 이상을 부담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변화가 인권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우선 기상이변으로 농작물과 재산이 파괴돼 생계가 힘들어질 수 있다. 기상이변이 발생하면 수십억 인구의 생계가 위태로워진다. 2018년 세계재해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발생했던 3,751건의 자연재해 중 80% 이상으로 인해 최소 20억 인구가 피해를 보았다.
기후변화로 물과 위생시설에 대한 권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이 깨끗한 물을 얻지 못하며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경우 이 같은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홍수와 사이클론 같은 기상이변은 물을 오염시키고 위생시설도 파괴한다. 그 결과, 수인성 전염병도 확산될 수 있다.
기후변화는 신체와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IPCC에 따르면 극도의 혹서나 화재를 경험할 경우 질병, 부상, 사망의 위험이 커진다. 식량 생산이 줄어들어 영양실조가 유발될 가능성도 커진다.
기후변화 대응 방식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맥길대학 세바스티엔 조딘 법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자동차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지만 신체적 이동성이 떨어지거나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빨대의 해양오염이 문제가 되자 빨대 금지 조치가 시행됐지만, 이 또한 빨대 사용이 필수인 장애인이나 신경질환을 앓는 환자는 배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플라스틱 없는 삶’의 저자 윌 맥컬럼은 “음료를 마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장애인이 종이 빨대를 사용하면 쉽게 사례가 들려 질식할 위험이 있다. 몸을 움직이기 힘든 사람은 잘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해야 음료를 마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나다 알 나시프는 “장애가 있는 사람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가장 큰 이유는 장애인 대부분이 빈곤 상태에 처해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이 목소리가 기후변화 대응 행동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스톤 특별보고관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기후변화를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책은 견고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무시하고 간과했던 경제 및 사회 권리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 안전망에는 식량, 피난처, 의료, 사회 안정 등의 접근권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