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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오염

현대 건축의 상징 통유리 빌딩 알고 보니 에너지 먹는 하마?

 

 

오늘날 쇼핑센터에서 도시 공원에 이르기까지 빠지지 않는 건물이 있다. 전면이 유리로 뒤덮여 반짝반짝 빛나는 통유리 건물이다. 햇빛을 반사하며 멋진 경관을 연출하기에 도시의 스카이라인 중에서도 유독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보기에 무척 아름답지만 이 통유리 건물은 환경파괴의 주범이다.

 

최근 전면 유리로 된 고층건물 건설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유리 건물이 여름철 냉방을 하기 어렵고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이유에서다. 햇볕 때문에 열이 가해지며 꽉 막힌 건물 안에는 열기가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곳이 없어 일명 ‘온실 효과’가 발생한다. 매해 여름마다 찾아오는 기록적인 폭염은 유리 건물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결국 에어컨을 가동할 수밖에 없는데 이 에어컨이 문제가 된다.

 

국제에너지협회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40%는 건축, 난방, 냉방, 건물 철거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에어컨은 냉방 부분의 상당량을 차지한다. 가령 2000년 이후 냉방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두 배로 증가했고 현재 사용되는 모든 에너지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

 

신축 건물들은 더운 날씨에 햇볕을 차단할 수 있는 불투명 유리를 적용하거나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성할 수 있는 특수 제작 유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 건물보다 에너지를 약 70% 더 적게 사용하며 열을 줄이기 위한 작은 열 수 있는 창문도 갖춰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리는 제조비용이 많이 들고 재활용이 어려워 환경오염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것이다.

 

 

영국왕립건축가협회의 사이먼 스터기스 의장은 “기후 위기 상황에서 온실을 짓고 있다면 꽤 이상한 일일 것이다”라며 “외관이 유리로 된 건물은 냉방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만큼 상당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쓰비시 일렉트릭의 친환경 부서 마틴 파헤이 부장은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과거에 비해 에어컨을 더 많이 가동해야 할 것”이라며 “다수의 에어컨 장비는 내부 온도를 대기 온도에 비해 7~10도 정도 낮추도록 설계된다. 에어컨이 오래되거나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경우 머피의 법칙처럼 상황이 악화되고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2019년 4월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이기 위해 고층 유리건물 신축을 금지한다는 법안을 제출했다. 당시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미 기존에 세워진 유리 건물도 규제에 맞춰 2030년까지 리모델링하지 않으면 100만 달러(약 11억 원) 벌금이 부과된다고 경고했다.

 

스터기스 의장은 “미국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전면 유리 건물 금지 정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기후 위기와 전문 유리 건물 간의 연관성이 아직은 널리 인정되지 않았으나 추후에는 인정될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유리 건물의 또 다른 문제는 야생조류 피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조류 1000만 마리가 건물의 유리창에 부딪혀 죽고 있다. 폐사하는 야생조류에는 참새, 황조롱이, 쇠딱따구리 등은 물론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도 다수 포함된다.

 

지난 10월 2일에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거리에 철새 1500마리가 단체로 폐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조류보호단체 오듀본협회는 “3시간에 걸쳐 사체 400여 마리를 수습했다.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하던 철새가 날씨가 좋지 않자 낮게 비행했고 유리창에 부딪혀 추락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인해보면 유리 건물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지난달 서울시가 발표한 ‘에너지다소비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인해보면 2019년 기준 서울시 소재 에너지다소비사업장은 2018년보다 2개소 줄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5%가량 증가했다. 특히 난방면적당 대기업이 백화점, 병원, 호텔, 대학보다 더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1㎡당 약 11톤으로 2위인 백화점(0.2톤)보다 55배나 많다.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량의 80%가 건물에서 발생하는 만큼 우리 또한 뉴욕시처럼 에너지 비효율적인 유리 고층건물 신축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린피스는 이미 지어진 유리 건물을 리모델링하기는 힘들어도 새로 짓는 것만큼은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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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홍 기자

국민을 존중하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진실을 전해주는 정론직필 비건뉴스 발행인입니다.
'취재기자 윤리강령' 실천 선서 및 서명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2022년도 제1차 언론인 전문 연수' 이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