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를 먹지 않으면 정말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까? 채식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채식만으로 환경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다.
해외에는 국내보다 채식주의자가 많은 탓에 식물성 단백질 등 대체 식품 개발이 활발하다. 이에 식물성 인공육이나 비건 치즈처럼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품의 상당 부분은 수입된다. 문제는 ‘육류’가 아니더라도 수입 식품은 탄소발자국을 상당량 남긴다는 점이다.
대형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상품에는 다른 국가에서 수입한 식품이 상당히 많다. 지역 농가에서 판매한 육류를 섭취하는 것이 지구 반대편에서 수입한 아보카도를 먹는 것보다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인공육을 섭취하려면 결국 인공육의 대표 브랜드인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를 찾게 되는데 둘 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결국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과 환경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식품이 생산에서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의 이동거리를 의미하는 푸드 마일리지(food milelage)는 1994년 영국의 환경운동가 팀 랭이 처음 사용했다. 식품의 이동거리가 길수록 대형트럭과 비행기가 동원되고 각종 환경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결국 푸드마일리지가 높을수록 온실가스 배출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 푸드마일리지 증가한 원인은 곡물?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는 영국, 프랑스, 일본 4개국 중에서 푸드마일리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았다. 2010년 기준 1인당 식품수입량은 368kg이며 1인당 푸드마일리지는 7085톤․km로 나타났다. 식품 수입으로 인한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2㎏CO2로 이 역시 4개국 중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식품수입량과 푸드마일리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모두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1인당 식품 수입량은 일본의 1.3배 수준이었으며 2001년(410㎏) 대비 14% 증가했다. 큰 폭으로 증가한 대표적인 원인은 곡물류와 채소, 과일 수입 증가로 나타났다.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1년(106kgCO2) 대비 34% 증가했는데 이 또한 곡물 수입으로 27kgCO2이 증가했고 1인당 푸드마일리지는 2001년 대비 37% 증가, 곡물의 푸드마일리지가 1000톤․km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0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농산물 수입은 꾸준히 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슈퍼푸드 렌틸콩의 2014년 수입량은 2013년의 42배나 늘어났다. 렌틸콩은 단백질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채식주의자의 식단에 자주 포함된 곡물이다.
지난 2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FTA체결국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농림축산물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으며 2020년 전체로 보면 2019년도와 비슷했다. 특히 11월 기준 농산물 수입은 3.9% 증가했는데 밀과 옥수수, 쌀, 귀리의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 중에서는 양파와 당근, 고추 수입이 증가했고 축산물 중에서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수입량이 감소했다. 특히 2020년 양파 수입량은 전년 대비 20.0% 증가해 4만 2000톤을 기록했다.
2018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푸드마일리지와 로컬푸드 운동을 소개한 바 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취지였다.
푸드 마일리지는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식품 수송량에 수송거리를 곱해 나타낸 것으로 식품 수송에 의한 환경부하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수치다. 가격만으로 보면 먼 거리에서 온 수입식품이 비싸지도 않다. FTA 체결, 농축수산물 수입 자유화 등으로 빠른 운송이 가능해졌으며 수입식품의 가격경쟁력 또한 우수해졌다.
하지만 수입 식품 특성상 이동거리가 늘면서 탄소배출도 늘어난다.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소 섭취는 늘리자’며 대중의 인식 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합리적인 균형이 필요하다.

환경에 도움 되는 채식을 하겠다며 호주에서 날아온 렌틸콩, 캐나다에서 건너온 귀리, 멕시코에서 온 아보카도, 미국산 병아리콩 위주로 식단을 차린다면 탄소배출량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입 식품의 의존성을 낮추고 국내 식품 소비를 늘리는 것 또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