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식을 오래하다 고기 한 점 먹으면 진짜 맛있을 것 같아. 녹는다 녹아.”
3일 방송된 서울시 공식 홍보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걱정말아요 서울’이 채식주의자를 조롱했다는 청취자 의견이 쇄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팟캐스트는 지난달 서울시가 공개한 채식 음식점 현황지도를 홍보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방송에는 진행을 맡은 정영진, 최욱과 함께 정진숙 서울시 식품정책과 기획팀장, 박상진 비욘드넥스트 대표가 출연했다. 문제는 이날 방송에서 진행자들이 채식을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날 방송된 팟캐스트의 재목은 ‘채식주의자에게 한우육수 먹였더니’였다. 방송 중 정영진은 종교적 이유로 채식하는 스님들이 “밖에서는 계란까지 먹지만 절에 들어가면 (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고 했다. 최욱은 서울시가 채식지도를 만든다는 사실에 “이제 마장동은 버리는 거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에 출연한 채식인에게 “참 어렵게도 산다”, “횡성 한우 안 썼다고 컴플레인 받는 시대라니” 등 농담을 내뱉었다.
이에 비건 유튜버 ‘초식마녀’ 박지혜 씨는 “사전 조사와 공부도 없이 주제와 맞지 않은 발언을 반복적으로 한 것은 프로답지 못하다”며 “선입견만으로 채식주의자를 희화화하는 표현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는 SNS를 통해 "해당 방송의 진행자는 채식에 대한 조금의 이해도 없이 채식을 놀리고 희화화하는 데 주력했다"며 "방송 내내 진행자는 굳이 육식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본인이 육식을 즐기는 건 개인의 자유지만 상당수 채식주의자들의 선택권이 육식에 비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서비스를 홍보하는 자리에선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고 일침했다.
이에 팟캐스트가 올라온 ‘팟빵’ 내 댓글창도 활성화됐다. 방송에 항의하는 댓글이 쇄도하는 가운데 옹호하는 의견도 나와 전체적인 찬반 여론이 엇갈렸다.
한 청취자는 “채식이 우습나? 이딴 게 서울시 공식 팟캐스트라니, 걱정말라더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채식의 의미와 어려움에 대한 이해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행태”라고 토로했다.
다른 청취자는 “정말 불쾌하다. 다른 사람의 신념을 조롱하고 농담거리로 삼는 게 서울시 정책 방향인가”라고 꼬집었다.
일부 청취자들은 해당 방송을 옹호하면서 “오히려 유머러스하게 다뤄줘 채식주의자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편안한 방송이 오히려 채식에 대한 심리적 저항성을 줄여준다 생각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