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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비건수첩] '삼삼데이'에 대한 고찰…"돼지를 굳이 더 먹나요?"

 

3월 3일은 ‘삼삼데이’(삼겹살데이)로 통한다. 3이 두 번이나 붙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은 우리 축산업을 위해 삼겹살을 소비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잠잠하지만 실제 많은 소비자가 이날만 되면 삼겹살에 소주를 먹어야 한다며 회식을 하거나 괜한 약속을 잡곤 한다. 

 

또 삼삼데이를 맞아 다수 한돈 브랜드가 기획전을 여는 등 자사를 홍보하고 축산업 관련기관이 나서서 돼지고기 소비 촉진을 외친다. 매년 복날이면 비인도적인 개고기 농장의 실태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지난 2019년에도 개 식용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서울 도심에 모였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자유연대는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 3000여명과 ‘개 식용 철폐 전국 대집회’를 열고 “불법 개 도살과 식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정치권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은 집회에 참석해 “개 도축업자는 농민이 아니다”며 “개 식용을 이 나라에서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앞서 2018년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축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삼삼데이는 어떨까. 유력 포털사이트에 ‘삼삼데이’를 검색하면 삼겹살 행사 소식이나 돼지고기 소비 촉진에 대한 기사들이 보인다. 또 삼삼데이를 맞아 삼겹살 맛집을 방문했다는 인증 글이나 추천 맛집을 전하는 게시글도 눈에 띈다.

 

삼삼데이 때문에 수많은 돼지가 희생된다는 내용의 게시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개와 돼지가 철저히 ‘친구’와 ‘식량’으로 구분된다는 반증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국내에서 한 달 동안 도축된 돼지는 160만4913마리다. 1분에 40마리, 5분 동안 200마리 돼지가 먹히기 위해 죽는 셈이다. 이들의 죽음은 사회의 관심 밖에 있다. 애초에 인간의 식량이자 먹이, 맛좋은 ‘고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채식주의자가 삼삼데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날이 서있다. 원래도 많이 먹는 돼지고기를 날까지 지정해 집중적으로 소비할 이유가 있냐는 지적이다.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동물권 수호를 외치는 이들 사이에서 돼지는 개보다도 지능이 높은 동물이자 소중한 생명이다. 또 돼지는 모성애가 강한 동물이기도 하다.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비질(vigil)에 참여하면서 도축업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비질은 철야기도를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했으며 도축장 앞에서 동물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활동이다. 비질 참여자들은 떠나간 생명을 추도하면서 육식주의 사회가 가리는 고통을 기록하고 알린다.

 

비질에 참여한 이들에 따르면 소와 돼지들은 죽음을 견지한다. 특히 돼지들은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듯 도축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비명을 지른다고. 이 소리가 트라우마로 남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외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확산으로 인한 소·돼지 살처분 작업에 투입되는 담당 공무원, 수의사, 일용직 노동자들의 ‘정신적 충격’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살처분 참여자 4명 중 3명은 트라우마를 겪고 4명 중 1명은 중증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

 

특히 돼지의 비명과 고통스러운 몸부림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이는 돼지들이 단순한 고기가 아니라 공포와 고통을 느끼는 생명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사실 수많은 소, 돼지가 살처분되는 배경에는 공장식 축산이 있다. 육류수요가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서 많은 가축을 길러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축산업계는 가격경쟁력을 위해 최대한 좁은 공간에 소, 돼지를 몰아넣어 기르고 한번 퍼진 전염병은 삽시간에 번지고 만다.

 

한 살처분 작업 참여자 박모(43)씨는 “2010년 말에 군대에서 구제역으로 돼지 살처분 지원을 나갔다. 큰 구덩이에 3000마리씩 돼지를 생매장하는데 하루종일 돼지 울음소리가 들린다”며 “돼지도 죽기 싫어서 도망치는데 그런 돼지들을 잡아다가 다시 구덩이에 집어넣어야 한다.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 그 이후에는 돼지고기를 안 먹는다”고 말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육식을 당장 끊을 수 없다면 줄여나가는 노력이라도 해야한다”며 “이는 단지 동물에 대한 측은지심뿐만 아니라 인간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가축사육을 위한 산림 파괴와 배설물로 인한 환경오염은 이미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고 촉구했다.

 

한국채식연합회원 비건인(활동명)은 "원래도 많이 먹는 돼지고기를 날짜까지 지정해가며 소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득보다 실이 많다는 데 한표를 던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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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홍 기자

국민을 존중하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진실을 전해주는 정론직필 비건뉴스 발행인입니다.
'취재기자 윤리강령' 실천 선서 및 서명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2022년도 제1차 언론인 전문 연수' 이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