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유는 소를 해치지 않고도 얻을 수 있어 동물 학대와는 무관하고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일부는 ‘젖소’라는 이름 때문인지 해당 품종은 출산 없이도 우유가 생산되는 줄 알기도 한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인간이 칼슘섭취라는 명분 하에 수많은 소의 인생을 착취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소는 일생을 낙농 공장에서 보낸다. 목에 사슬을 차고 외양간 속 촘촘히 나뉜 좁은 공간에 갇혀 살거나 옥외라 해도 울타리가 쳐진 과밀한 비육장에서 일생을 보낸다. 특히 비육장에 갇힌 소는 울타리를 따라 설치된 컨베이어 벨트에서 여물을 먹고 오물이 뒤범벅된 콘크리트 바닥 위에 서 있거나 눕는다.

젖소는 우유 생산을 최대화하기 위한 유전자 조직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다. 또 해마다 강제로 인공적인 임신을 당하며 임신 기간 7개월을 포함해 1년 10개월 동안 젖 짜는 기계에 오른다. 지속적인 임신과 젖분비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젖소는 다리 불구가 되거나 유선염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처럼 신체적으로 혹사를 당하다 보니 정상적인 신진대사 과정으로는 버텨낼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인간은 소에게 타고난 초식이 아닌 곡물, 고단백, 육류와 골분으로 이뤄진 육식성 사료를 먹인다.

특히 젖소들의 고통은 신체적인 스트레스보다 정서적 고통이 클 것으로 보인다. 소는 모성애가 강한 동물에 속한다. 새끼를 낳으면 생후 1년까지 젖을 먹이면서 친밀하게 지낸다. 하지만 낙농 공장에서는 갓 태어난 새끼와 어미소를 필연적으로 떼어 놓는다.
수컷 송아지는 생후 몇개월 생존하지도 못한다. 살이 연한 어린 송아지 때 도축당해 고기가 된다. 암컷 송아지는 어미와 같은 유제품 생산 '기계'로 살게 된다. 또 생후 몇 시간 만에 송아지를 어미에게서 떼어 놓기 때문에 어미는 흥분해 큰 소리로 울어댄다. 어미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다른 장소로 데려가 젖을 짜면서 송아지를 빼내기도 하는데 마찬가지로 새끼 잃은 어미는 격앙돼 울부짖는다. 큰 눈망울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소에게는 분명 감정이 있다.
소의 타고난 수명은 약 20년이지만 낙농 공장에서는 4년만 지나면 용도 폐기돼 도축장으로 향한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분쇄육 중 상당 부분은 젖소로 만든다. 낙농 공장 소들은 짧은 생애 동안 뺏길 수 있는 모든 걸 착취당한 채 씁쓸한 죽음을 맞는다. 이를 알고 보면 인간이 소의 젖을 마시는 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일은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