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김규아 기자]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비거니즘 열풍’이 불고 있다. ‘비거니즘’이란 동물성 제품을 섭취하거나 소비하지 않는 생활방식으로 식품·화장품·패션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비건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행만을 좇아 ‘비건’이라는 키워드만 앞세운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비거니즘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혼란을 야기한다. 최근 개최를 앞둔 한 비건 페스티벌이 동물원에서 열리는 것처럼 말이다.
비거니즘은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생활을 의미한다.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사용한 제품은 물론, 동물을 실험한 화장품, 인간의 볼거리를 위해 동물을 인위적으로 가둬놓고 사육하는 동물원, 아쿠아리움, 야생동물 카페 등 '동물전시공간'도 소비하지 않는 삶이다.
논란이 된 비건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는 대형 쇼핑몰 지하에 위치한 실내 동물원으로 사자, 하이에나 등의 동물들을 비롯해 일반 동물 카페에서는 보지 못했던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체험학습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해당 동물원의 소개 글에는 ‘동물들과 직접 소통하며, 어린이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문구가 있을 정도로 동물의 복지보다 자연의 생태학습을 도시로 옮겨와 현대인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운영 중이다.
동물들의 습성에 맞지 않는 좁은 생활환경과 투명 유리창을 통해 계속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육환경은 지속해서 동물보호단체의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해 동물보호단체 동물을위한행동이 전국 대형 수족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해당 동물원은 전시관 복지상태가 좋지 않아 가장 낮은 등급의 '개선이 필요한(Unacceptable)'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어떤 형태로도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 비거니즘에 대해 알려야 하는 비건 페스티벌이 동물을 착취하는 동물원 가운데서도 복지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장소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실제 비건들은 황당함을 표하고 있다.
심지어 이번 페스티벌 티켓 수익금은 동물보호단체를 위해 기부할 예정이라고 알려져 동물원 소비가 동물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어불성설’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염려도 제기되고 있다.
‘비거니즘’은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지구를 위해 삶의 전반에서 실천하는 철학이자 신념이다. 이에 대한 정확하고 확실한 이해 없이 유행어처럼 사용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