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서인홍 기자] 곰팡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들은 습함, 불쾌함 등일 것이다. 하지만 이 곰팡이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식품이라면? 곰팡이 단백질은 명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청소를 하지 않은 욕실이나, 냉장고에 오래된 식재료의 곰팡이와는 다르다. 식품을 발효시킬 때 나오는 미생물로 최근 다양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각광받고 있다. 곰팡이는 세계적인 환경단체 어스와치(Earthwatch)에서 지구상의 가장 소중한 생물 5가지 중 하나로 꼽았을 만큼 과학계에서는 곰팡이를 활용·개발해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켜왔다. 그 가운데 대체육을 곰팡이로 개발해 눈길을 끈다.
미국 시카코를 기반으로 한 대체 단백질 기업 네이처스파인드(Nature's Fynd)는 곰팡이로 만든 햄버거 패티와 크림치즈를 개발해 판매 중이다. 이들이 개발한 곰팡이 대체육(Meatless Breakfast Patties)은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포함돼 있으며 식이섬유, 칼슘, 비타민도 포함돼 육류를 대체할 영양학적 프로필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독자적으로 개발돼 발효 과정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종균 배양과정에서 균주가 자라나고 근섬유와 비슷한 덩어리로 변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단백질로 개발하게 됐다. 이들은 NASA가 지원한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미생물에 대해 연구를 수행하다 푸사리움(Fusarium) 균주인 플라보라피스를 발견했고 이를 배양해 식용 가능하고 영양이 풍부한 단백질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최근 스웨덴의 멜트앤마블(Melt&Marble)도 정밀 발효 유래 소고기를 개발했다. 멜트앤마블은 식물성 지방이 동물성 지방과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도록 만드는 효모를 찾았고 식품의 식물성 지방 특성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기존의 동물성 지방의 풍미, 녹는점 등을 반영할 수 있는 발효 플랫폼을 만들어 냈다. 멜트앤마블(Melt&Marble)에 따르면 이들이 개발한 발효 플랫폼을 통해 식물성 단백질과 실제 육류 사이의 맛의 격차를 해소하고 동물성 지방을 모방한 특성을 가진 다른 맞춤형 지방을 생산할 수도 있다.
멜트앤마블의 CEO이자 공동 창립자인 아나스타샤 크리보루치코 박사(Dr. Anastasia Krivoruchko)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성 식품의 소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식물성 식품은 ‘맛’이라는 큰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며 “정밀 발효를 통해 생산된 최초의 쇠고기 유사 지방은 식물성 고기를 더 맛있게 만드는 획기적인 제품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러한 곰팡이를 이용한 대체육이 환경에도 도움이 될까? 지난 4일 네이처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정답은 ‘그렇다’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는 2050년까지 소고기를 곰팡이 기반 육류로 대체할 경우 산림 벌채의 절반을 줄이며 온실가스 배출과 생물 다양성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곰팡이 기반 육류란, 박테리아를 포함한 다양한 미생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 단백질로 맥주 제조 과정과 유사하게 포도당 및 기타 영양소를 식품 공급원으로 사용해 토양에 서식하는 곰팡이를 발효시켜 강철 탱크에서 양조된다. ‘미생물 단백질’로도 불리며 실제 소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구현하며 풍부한 영양소를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원들은 이 미생물 단백질을 전체 식량 및 농업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 모델에 반영한 결과 2050년까지 식단에서 소고기의 20%만이라도 미생물 단백질로 대체하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삼림 벌채가 56% 감소할 수 있음을 밝혔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소고기의 50%를 미생물 단백질로 대체한다면 삼림 벌채와 탄소 배출량을 80% 이상 줄이는 것과 같으며 80%를 대체하면 산림 손실의 약 90%를 제거할 수 있다.
실제 육류와 비슷한 맛을 내고 똑같은 영양 프로필을 제공할 수 있는 곰팡이 대체육은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같은 양의 쇠고기를 생산할 때의 1%에 불과하다. 축산업에 사용되는 토지, 물과 같은 자원이 거의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의 주저자인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연구원인 플로리안 훔페노더(Florian Humpenöder)는 “미래에 육류를 미생물 단백질로 대체하면 식품 시스템의 탄소발자국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며 “이는 사람들이 미래에 채소만 먹을 수 있다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맛과 영양이 실제 육류와 똑같은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