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김민영 기자] 마트나 레스토랑에서 마주하는 제품과 음식에 탄소발자국이 기입돼 있다면 어떨까? 탄소발자국이란 상품을 생산 소비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뜻한다. 기후 전문가들은 탄소발자국을 상품에 기재해 소비자들이 자신이 선택한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최근,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줄 연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지난 12일 기후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기후’(PLOS Climate)에는 레스토랑의 메뉴판에 요리별로 탄소발자국을 표기한다면 소비자들의 메뉴 선택에 영향을 주며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독일 뷔르츠부르크의 줄리어스 막시밀리안 대학교(Julius Maximilian University of Würzburg)의 연구원 팀은 소비자들에게 탄소발자국을 제공하는 것이 메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
이들은 참가자 265명을 대상으로 탄소발자국이 표시된 메뉴판과 표시되지 않은 메뉴판을 준비한 뒤 어떤 메뉴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조사했다. 예컨대 탄소발자국이 표시된 메뉴판의 경우 소고기와 함께 제공되는 샐러드 옆에 높은 탄소발자국을 의미하는 빨간색 라벨이 붙었으며, 중간 수준의 치킨 샤와르마 옆에는 노란색 라벨이, 비교적 적은 탄소발자국을 가진 팔라펠의 경우 초록색 라벨을 표기했다.
그 결과 탄소발자국이 표시된 메뉴판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탄소발자국이 적은 음식을 선택했다. 연구진은 “레스토랑 메뉴 디자인은 탄소 발자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라며 “레스토랑의 메뉴에 탄소배출량 등 다양한 지속가능 옵션을 포함해 기후위기 완화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노르웨이의 식료품 업체 오다(Oda) 역시 탄소발자국을 영수증에 기입해 소비자들에 제공했다. 이들은 노르웨이 국제기후연구센터(CICERO)와 협력해 각 제품을 고, 중, 저 배출량으로 분류해 청구서의 모든 항목에 각 구매의 총 탄소 발자국을 나타내는 등급을 부여했다.
그 결과 붉은 고기 및 탄소발자국이 높은 제품에 대한 주문이 감소하고 비건 제품의 주문량이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햄버거의 20%는 비건 버거로 변경됐으며 전반적으로 비건 식단의 판매량이 급증했고 판매가 부진했던 렌틸콩 수프가 상위 10위에 오르는 등 소비자들이 알아서 탄소 집약적 상품을 피하고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제품을 선택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로 미루어보아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탄소를 줄이기는 데 크게 기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정확한 탄소발자국 데이터를 통해 구매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으므로 기후위기 의식을 높일 수 있고 탄소발자국이 적은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실제 환경보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제품 라벨에 탄소발자국을 기입하는, '탄소발자국 라벨링'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의 식품회사 퀀(Quorn)은 2020년부터 탄소발자국 라벨링 포장을 도입해오고 있으며 미국 샐러드 프랜차이즈 저스트 샐러드(Just Salad)도 칼로리 등 영양성분과 더불어 탄소발자국 라벨을 표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영국 생활용품 업체 유니레버도 지난해까지 자사의 제품 7만 6000여개에 탄소발자국 라벨링을 부착했다.
한편 국내의 경우는 해외 기업보다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국가에서 저탄소제품 인증 제도(탄소발자국 인증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2020년 2월 기준으로 국내 제품 가운데 환경성적표지(탄소발자국) 인증을 받은 제품은 약 3,5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