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김규아 기자] 기후위기로 인해 다양한 종들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가운데 꿀벌의 멸종위기는 생물 다양성 보존에 큰 위기를 의미한다.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에서 70% 이상이 꿀벌과 같은 화분 매개 동물의 수분 활동 도움을 받아 생산되기 때문이다.
해외 뉴스에서나 보던 꿀벌 실종 사건이 국내에 대대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1월부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겨울에만 국내에서 월동 중인 사육 꿀벌 약 78억 마리가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양봉업자와 전문가들은 이를 군집 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CCD)의 시작으로 보고 대책 마련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집붕괴현상이란 일을 하러 나간 꿀벌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여왕벌과 새끼 벌까지 집단적으로 죽는 현상을 의미하며 원인으로는 응애, 농약, 환경오염 등이 거론될 뿐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 없다.
정부과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꿀벌 지키기에 매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꿀벌의 먹이인 밀원(蜜源) 식물을 식재해 건강한 서식지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벌꿀의 70% 이상이 국내 주요 밀원수종인 아까시나무에서 채취되고 있지만 산불과 벌목, 노령화 등으로 분포 면적이 감소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이상기후로 인해 개화 기간이 줄어든 실정이다.
지난 6월 농촌진흥청은 꿀벌 집단폐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림청, 농림축산검역본부, 환경부와 협업하고 기상청의 협조를 얻어 ‘꿀벌 보호를 위한 밀원수종 개발 및 생태계 보전’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23년부터 8년 동안 48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은 환경변화로 인한 꿀벌 생태계 파괴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꿀벌의 강건성 증진과 밀원 단지화 모델 개발, 생태계서비스 연구 등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꿀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건강한 서식지 조성에 동창하믹 위해 ‘꿀벌 귀환 캠페인’을 내달 11일까지 진행한다. ‘꿀벌 귀환 캠페인’은 지난해 꿀벌 약 78억 마리의 집단 실종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전남지역(국립나주숲체원)에 밀원수를 식재해 꿀벌 쉼터를 조성하는 캠페인이다.
공사는 (사)평화의 숲과 함께 해피빈 모금함을 개설했으며 개인 SNS 후원 인증과 참여 독려를 한 선착순 100명에게는 모금 종료 후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강경학 농지관리이사는 “꿀벌의 공익적·경제적 가치를 국민에게 알리고 기후 위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히며 “국민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도시 양봉장을 설치해 꿀벌의 개체 수를 유지하는 방식도 있다. 미국 유럽 등 외국에서는 도시양봉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지난 24일 가디언에 따르면 다국적 옥외 광고 업체 클리어채널이 버스 정류장 위에 정원을 설치해 꿀벌이 쉴 수 있도록 만든 ‘꿀벌 정류장’이 인기를 얻고 있다.
버스정류장 지붕에 꽃가루를 매개하기 좋은 야생 딸기, 양귀비 등을 심어 설치하는 꿀벌 정류장은 빗물을 흡수하고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된다는 장점을 가졌다.
2018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처음 등장한 꿀벌 정류장은 최근 유럽과 캐나다, 호주 등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업체는 영국 전역에 1000개 이상의 꿀벌 정류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2년 서울시가 시청 옥상에서 5개의 벌통으로 도시 양봉을 시작한 것이 서울시 산하 공원과 자치구 텃밭 양봉장 등으로 확대되면서 324통으로 늘어나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도시 양봉장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5일 KB금융그룹은 꿀벌 개체 수 유지를 위해 진행 중인 자사의 '케이 비(K-Bee) 프로젝트'를 통해 첫 번째 꿀을 수확했다고 밝혔다.
앞서 KB금융은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의 생태계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 'K-Bee 도시양봉장'을 만들었다. 현재 도시양봉장에는 약 12만 마리의 꿀벌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한강과 샛강 등지를 오가며 야생꿀을 채취한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2022년 전 세계는 기후 위기와 복합 위기, 여기에 전쟁과 코로나 재확산 등이 더해져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모두의 지혜와 실천이 여느 해보다 절실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며 “KB금융은 행동하는 기업시민으로서 K-Bee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다양한 위기 극복 캠페인을 고민하고 추진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데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