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김민영 기자] 채식은 맛없고 어렵다는 인식은 채식에 대한 만연한 오해 가운데 하나다. 채소만으로 맛깔나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단백질을 비롯한 여러 영양소를 충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을 식물성 재료만으로 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채식 공감대가 넓어지면서 이와 같은 고민이 있는 이들을 위해 채식 요리책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 사찰음식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구미주권 K-비건 여행상품 개발을 위해 손님들을 초대했을 당시에도 한국적인 비건 음식으로 사찰음식을 제공하기도 했으며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에 사찰음식이 정규 강의로 편성되기도 했다. 최근 대한항공은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사찰음식에서 모티프를 얻은 기내식을 출시하기도 했다. 한국적이면서도 독특한 문화 가운데 하나인 사찰음식을 집에서도 따라해볼 수 있다면 어떨까?
1세대 사찰음식 전문가이자 ‘르 꼬르동 블루’에서 사찰음식 특강을 하는 등 음식을 통한 포교에 나서고 있는 홍승 스님이 지난 달 발간한 ‘매일매일 채식밥상’에는 149가지 채식 레시피가 소개돼 있다. 사찰음식만의 특징인 오신채를 쓰지 않는 것은 물론, 지속가능한 저탄소 식단으로 주목받는 채식으로만 구성됐다.
동일한 재료로, 또는 어울리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모아 소개해 냉장고 속 재료로 매일매일 새로운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김치, 국, 죽 등 일상적인 요리뿐만 아니라 연꽃구절판, 수삼냉채 등 특별한 날 준비하기 좋은 요리 레시피도 소개한다.
‘매일매일 채식밥상’ 출판사는 서평에서 “재료만으로도 이미 건강함이 느껴지는 ‘매일매일 채식밥상’은 환경을 지키고 자신을 살리는 건강한 식습관을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유익한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역사 속의 채식 밥상을 재현해볼 수 있는 레시피 북도 있다. ‘조선 선비의 비건 레시피 : 전통 채식 밥상’에서는 풍석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정조지(鼎俎志) 편에 기록된 채식 밥상을 소개한다. ‘평화가 깃든 밥상’의 저자인 문성희 자연요리 전문가가 200년 전 레시피를 유지하면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재현해 냈다.
책에는 밥상, 죽상, 간식을 비롯해 전통주와 모임 밥상까지 상황별 요리로 구성돼 있으며 밥상의 경우는 밥과 국 그리고 세 가지 찬으로 하나의 상차림을 꾸몄고, 죽상에는 죽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반찬을 함께 소개했다. 대단한 요리 도구, 재료, 양념을 필요로 하지 않아 소박하지만 건강에 좋은 정갈한 요리를 소개한다.
문성희 자연요리 전문가는 “레시피 중 일부를 재현하면서 그 맛과 품격에 그야말로 매료됐다”라면서 “‘정조지’의 음식들은 제가 지난 20여 년 동안 추구해온 ‘채소 중심’의 밥상, ‘소박하고 품격 있으며’, ‘생명을 살리는’, ‘평화가 깃든 밥상’의 뿌리였다”라고 책을 소개했다.
비건 요리책을 사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제주시소통협력센터가 지난 1월 공개한 ‘지구와 나를 위한 Dear. 나의 비건 식탁’을 추천한다.
지난해 5월 (사)생명환경권 행동 제주비건과 함께 동명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모아진 레시피를 정리한 요리책으로 국내 1호 비건 요리사로 알려진 한국채식약선아카데미 이도경 대표가 요리법을 소개했고, 12명의 비건 활동가들이 직접 개발한 메뉴도 함께 담았다.
한식, 중식, 양식을 비롯해 비건 베이커리까지 다양한 비건 요리 레시피가 소개돼 있으며, 재료, 예상 조리시간, 조리법 등 친절한 소개법과 가정에서 사용하는 도구로 만드는 요리로 구성해 간편하게 비건 음식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구와 나를 위한 Dear. 나의 비건 식탁’은 현재 제주시 소통협력센터 홈페이지 아카이브를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