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대중들에게 식재료로 익숙한 버섯이 친환경 가죽으로 재탄생한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스티로폼 대체 포장재를 개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민관 협업으로 버섯 가죽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상품화에 나선다고 23일 밝혔다.
농진청에 따르면 버섯의 뿌리 부분인 균사체는 실처럼 가는 균사가 그물망처럼 치밀하게 얽혀 있어 산업용 소재로 활용도가 높다.
이에 농진청은 다른 버섯보다 생장 속도가 빠르고 균일하게 자라는 영지버섯 균사체를 선발한 뒤 농산부산물인 톱밥 위에 면섬유를 놓고 여기에 균사체가 자라도록 배양했다. 이후 자란 균사체만을 수확해 습윤 처리 등 가공 공정을 거쳐 버섯 가죽 원단을 만들었다.
이에 더해 버섯 가죽의 완성도를 높여 상품화를 앞당기고자 농가, 산업체와 민관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연구진은 배양 기술을 이전해 간 농가를 대상으로 우수 균주 제조 기술을 지원하고, 농가는 버섯 대량 배양 시설을 활용해 버섯 가죽 원단을 대량으로 배양했다.
가공 전문 업체는 농가에서 배양한 원단의 내구성을 높이고 원단에 무늬를 넣는 등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공정을 추가해 동물 가죽과 비슷한 질감을 내도록 기술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든 버섯 소재 가죽을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 의뢰해 내구성을 분석한 결과 버섯 가죽 원단의 질긴 정도를 나타내는 인장절단하중, 인열하중이 의류용 가죽류보다 약 1.7배 3.5배 더 우수했다. 또 옷감이 마찰에 견디는 정도인 내마모성도 권장 기준(2만회)보다 높은 3만회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동물 가죽은 동물 단백질을 광물성 단백질로 변성하는 가공 과정에서 많은 양의 화학약품을 사용한다. 또한 가공 공정이 습식으로 이뤄져 물 사용량이 많고 이 과정에서 대량의 고형 폐기물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버섯 가죽은 탄소 배출량과 물 사용량을 90% 이상 줄일 수 있고 인체에 해로운 화학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환경친화적이다.
농진청은 이번 기술의 특허등록을 마쳤다. 앞으로 가죽 전문 회사와의 세부적인 상품화 협의를 거쳐 손가방과 액세서리 등 다양한 버섯 가죽 상품을 빠르게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장갑열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장은 “이번 연구는 민관이 협업해 상품화 가능성이 높은 버섯 가죽 제조 기술 협력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가죽 소재 외에도 버섯 균사체가 포장 소재, 완충재, 건축자재 등 다양한 제품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농가, 관련 업체와 힘을 모아 시장확산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 보호와 동물의 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천연가죽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동물의 희생을 더한 천연 가죽보다 버섯 등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비건 가죽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미국 시장조사업체 밴티지 마켓 리서치(Vantage Market Research)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비건 가죽 시장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인식에 힘입어 향후 7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CAGR) 9.5%를 유지하며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2030년까지 무려 1억 600만 달러(한화 약 138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