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권광원 기자] 과로와 경쟁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불면증은 익숙한 단어다. 쉽게 말해 불면증은 적절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수면의 시작과 지속, 공고화, 그리고 질에 반복되는 문제가 있어 그 결과 주간 기능의 장애를 유발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러한 불면증이 지속될 경우 기억력 저하, 집중력 저하 등의 인지기능 장애와 피로와 졸음으로 인한 사고 위험 증가와 삶의 질 저하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데 최근 불면증 발생 위험을 낮추는데 채식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유럽 임상 영양저널(Europe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된 국립 타이완 대학교(National Taiwan University) 전염병학 및 예방의학 연구소의 연구는 식물성 식이 패턴과 불면증 위험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쯔치 건강 연구(Tzu Chi Health Study)를 통한 5821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해당 코호트 연구에서는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 참가자를 모집했으며 2018년까지 추적 관찰했다. 이들은 불면증이 없는 이들로 구성됐으며 모든 참가자들은 흡연과 음주를 피하도록 권고했다.
여기서 1년 이상 고기와 해산물을 피한 참가자는 채식주의자로 간주됐다. 연구진은 건강한 식물성 식단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건강에 좋은 식물 기반 지수(hPDI)를 계산했다. 여기서 hPDI 지수가 높을수록 건강에 좋은 식물성 식품을 더 많이 섭취하고 건강에 해로운 식물성 식품과 동물성 식품을 모두 적게 섭취한다는 의미다.
이후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연구데이터베이스(NHIRD)와 연계해 불면증 발생사례를 확인했다. 불면증 진단일, 사망일, NHI 프로그램 등록 종료일 또는 연구 기간 종료일(2018년 12월 31일) 중 먼저 도래하는 날짜까지 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추적 조사를 받았다.
연구진은 식물성 식단과 불면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Cox 비례 위험 모델을 사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 추적 기간 동안 연구 모집단에서 총 464건의 불면증 사례가 확인됐으며 비채식주의자에 비해 채식주의자 사이에서 불면증의 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관찰됐다. 아울러 건강에 좋은 식물성 식품 섭취와 불면증 위험 감소 사이에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관찰됐고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면 불면증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특히, hPDI 점수가 가장 높은 남성 참가자들에서는 불면증 위험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성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뚜렷한 연관성이 없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식물성 식단에 들어있는 영양소 때문으로 분석했다. 연구의 저자인 주오 화 간(Zuo Hua GAN) 국립 타이완 대학교 전염병학 및 예방의학 연구소 박사는 “채식은 여러 면에서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트립토판과 멜라토닌이 풍부한 과일, 야채, 콩과 식물, 견과류가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트립토판은 수면 주기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의 전구체”라고 전했다. 이어 “채식 식단은 염증을 줄이고 장내 미생물 구성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며, 이는 종합적으로 수면의 질에 유익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