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체코 정부가 소시지와 슈니첼 같은 '고기' 용어로 식물 기반 식품을 표시하는 것을 금지하려는 계획을 포기했다.
앞서 체코 정부는 지난해 식물 기반 식품 라벨링을 제한하는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는 소비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수정안이 통과된다면 체코 생산자들은 재브랜딩을 해야 했고, 유럽 전역의 식물 기반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캠페인 단체와 기업들로부터 반발이 일어났고, ProVeg 체코는 설문조사를 통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식물 기반 식품에 '고기' 용어 사용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해당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69%가 ‘식물성 소시지(plant-based sausage)’와 같은 용어 사용을 지지하는 반면 82%는 ‘콩 소시지(soy sausage)’와 같은 이름의 제품에는 고기가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체코 농업부 장관 마렉 비보르니(Marek Výborný)는 지난주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통해 “제조업체들이 제품을 공정하게 표시할 것이라고 믿는다. 고객이 무엇을 구매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며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구매하는지 알 권리가 있으며, 나는 사람들을 교육할 의도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유럽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금지 조치에 대한 반발을 반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 유럽 연합 사법 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스테이크'나 '소시지'라는 용어로 고기 대체품을 표시하는 것을 막는 두 개의 법령을 철회해야 했다. 벨기에도 지난해 채식 및 비건 제품의 라벨링 가이드라인 수립 계획을 포기한 바 있다.
ProVeg 체코의 공동 이사인 마르틴 란닝거(Martin Ranninger)는 성명에서 이 결정을 환영하며 “소비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구매하는지 알고 있으며, 라벨링 시스템의 어떤 변경도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라면서 “이번 결정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의 의견을 반영하며, 산업 압력보다 상식이 우선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편 유럽 각국에서 식물 기반 제품의 라벨링에 대한 입장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소비자 선호와 인식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국의 소비자들이 식물 기반 제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과 선호가 상이해 일부 국가는 '고기' 용어 사용을 지지하는 반면, 다른 국가는 전통적인 고기 제품과의 혼동을 우려해 이를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농업 및 식품 산업의 구조가 각국의 입장에 영향을 미친다. 유럽 국가마다 농업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식물 기반 제품의 라벨링에 대한 입장도 차이를 보인다. 전통적인 축산업이 강한 국가에서는 고기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밖에도 EU 규정과 법적 해석의 차이도 한몫한다. 유럽 연합 내에서도 규정의 해석과 적용이 다를 수 있으며, 각국의 법원이나 정부 기관이 EU의 규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식물 기반 제품에 대한 정책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식물성 대체 육류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제품의 성분과 출처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식물 기반 제품에 대한 라벨링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소비자 혼란을 줄이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