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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오염

[에코수첩] 플라스틱 시대, '용기내 챌린지'가 필요한 이유

최근 ‘용기내 챌린지’를 위해 다회용기를 들고 프랜차이즈 분식점에 방문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을 지향하는 만큼 메뉴는 참치김밥으로 선정했다. 잔뜩 긴장한 채 김밥을 주문하면서 다회용기를 내밀었다. 걱정과 달리 점원이 친절하게 용기를 받아들더니 조리한 김밥을 담아 건넸다. 

 

 

김밥을 받고서 점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자 오히려 좋은 일에 동참하게 해줘 고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첫 챌린지 성공에 자신감이 붙었다. 괜한 걱정을 했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다음에는 어떤 메뉴를 다회용기에 포장해볼까 고민하는 여유도 생겼다.

 

◆ 플라스틱 쓰레기, 왜 더 늘었나

 

다 먹은 짜장면 그릇을 당연하게 수거해가던 시절이 있다. 뚝배기째 찌개를 배달해주는 백반집도 있었다. 음식을 먹은 뒤 나오는 쓰레기라고는 일회용 나무젓가락, 음식을 덮어 온 랩 정도다. 심지어 숟가락도 스테인리스 다회용이 제공됐다.

 

 

이때는 먹은 그릇을 깨끗이 씻어 제시간에 문밖에 내놓는 게 미덕이었다. 담배꽁초나 생활 쓰레기를 함께 내놓는 ‘진상’은 식당 직원들의 일거리를 늘려놓기도 했다. 그릇을 되찾아오는 수고와 진상들의 갖은 패악 속에서도 다회용기의 순환구조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중국집 이외에도 수많은 요식업이 배달기능을 장착하면서 플라스틱 일회용기 사용량이 급증했다. 비교적 '한 그릇' 메뉴로 구성된 중국 음식과 달리 반찬, 국, 소스, 채소 등을 각기 다른 용기에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배달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 호황을 맞고 코로나19로 외식이 줄면서 배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홀 서비스는 아예 중단하고 포장·배달로만 운영하는 음식점도 늘었다. 사실상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요식업계는 포장·배달서비스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지난해 말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음식배달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75.1%, 택배는 19.8%가량 늘었다. 이로 인해 폐플라스틱은 14.6%, 폐비닐은 11% 각각 증가했다.

 

 

◆ 플라스틱 쓰레기, 결국 사람 밥상에...'인과응보'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약 83억톤 플라스틱이 생산됐다. 또 생산된 플라스틱 가운데 80% 이상이 버려지고 있다. 매년 약 1200만톤 플라스틱 조각은 바다로 흘러간다. 1분마다 트럭 1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진다.

 

현재 전 세계 해양에는 약 5조개 플라스틱 조각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를 약 400바퀴 감을 수 있는 양이다. 1997년 태평양에서는 지도에도 없는 쓰레기섬이 처음 발견되기도 했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섬은 남한 면적의 약 15배에 이른다. 무게는 초대형 여객기 500대와 맞먹는 8만톤이다. 2010년에도 미국 동부 앞바다에서 플라스틱 쓰레기섬이 발견됐다. 이 섬의 규모도 남한 면적의 5배에 달한다.

 

눈에 보이는 게 이 정도라면 보이지 않는 곳에는 더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있을 거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나온다. 실제 수심 11km로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에서도 비닐봉투가 발견됐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18년 6월 남극의 눈과 물에서 플라스틱과 유해 화학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유해 물질이다. 해양생물 267종이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피해를 본다. 그린피스는 해마다 바닷새 100만마리와 바다거북 10만마리가 플라스틱 조각을 먹고 죽는 것으로 추정한다.

 

더 큰 문제는 지름 5mm 이하 미세플라스틱(마이크로비즈)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전 세계 바다를 떠다니는 마이크로비즈가 최대 51조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비즈를 먹은 물고기는 결국 먹이사슬 꼭대기에 자리한 인간의 식탁에 오른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홍합, 굴, 게, 숭어, 참다랑어, 바닷가재 등 인간이 즐겨 먹는 170여종 해산물에서 마이크로비즈가 검출됐다.

 

 

◆ 플라스틱 시대 타개하려면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되는 데 약 500년이 걸린다고 알려졌다. 플라스틱이 개발된 지 고작 150여년 지났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지구상에서 자연 분해된 플라스틱은 전무하다. 우리는 플라스틱 시대를 살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배달용기·포장재 쓰레기는 늘었지만 분리수거는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선별처리장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늘어난 쓰레기 중 60% 정도만 선별과정을 거쳐 재활용되고 나머지 40%는 고스란히 일반 쓰레기로 배출된다.

 

일회용품 재활용률이 낮은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배달용기 중에서 소스를 담았던 플라스틱 용기는 부피가 작아 선별이 어렵다. 또 상당수 용기는 열 융착방법으로 비닐뚜껑을 씌우는데 이때 가장자리 비닐 부분이 쉽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려워 진다. 아울러 음식물로 오염된 용기도 재활용이 쉽지 않다.

 

실제로 2인 기준 한끼 식사를 배달음식으로 먹는 경우 10여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저유가 현상까지 장기화되자 일회용품 쓰레기를 처리하는 민간업체들도 폐플라스틱 수집과 재활용 처리를 포기하는 상태다. 예전에는 폐플라스틱을 재생원료로 만들어 새 제품 제작에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이었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주원료인 석유값이 하락하면서 굳이 폐플라스틱을 분류·가공해 새 제품을 만들 이유가 줄었다.

 

직면한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활용률을 높이자는 방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일회용품과의 전쟁이 선포됐다. 

 

사실 재활용률 증대도 중요하지만 탈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애초에 사용량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에 다수 시민은 자발적으로 ‘용기내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종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33·여)씨는 “직접 ‘용기’를 지참해 오시면 정량보다도 많이 채워드리고 싶은 마음”이라며 “매장 입장에서도 일회용기 비용 지출을 줄이고 환경보호에도 동참할 수 있는 좋은 캠페인이다. 많은 분들의 적극적인 협조 부탁드리며 응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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