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강진희 기자] 가수 김호중의 음주운전과 도주치상 사건을 둘러싼 언론 보도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김호중의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수많은 언론사 기자가 취재에 나섰으나, 법정에는 선착순으로 6명의 기자와 17명의 일반인만 입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제한된 취재 환경 속에서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며 김호중의 재판 과정이 왜곡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일반인들 대부분은 김호중의 팬들이었다. 본지 기자는 취재를 위해 선착순 입장으로 마지막 6번째 순번표를 받아서 김호중 바로 뒤에서 취재를 진행했다.

앞서 1심 재판에서도 '김호중 엄마 사칭녀'는 없었다. 기자는 취재 중에 한 팬이 "김호중씨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있는 그대로 써주세요"라고 부탁을 하는 한 팬을 바로 앞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잘못 전해져서 "김호중 엄마가 재판에 입장했다"는 오보가 나갔으며, 이러한 잘못 전달 된 내용이 모든 공중파와 종편에 뉴스로 보도가 됐다.
새벽부터 팬들이 줄을 서 대기를 했기에, 1심 때도 10여 군데의 언론사가 와서 대기를 했지만, 정작 재판에 출입한 언론사는 5~6팀이었다. 재판에 출입한 기자들의 언론보도가 나가고, 이러한 내용을 인용한 2차 보도가 나가면서 추측성 기사가 추가 되고, 또 살이 붙어 잘못된 내용이 방송 전파까지 탔다.
한 기자 출신 유튜버는 거기에 더해서 "아리스 팬이 어머니라고 하는 여성에게 다가와 손등을 어루만지며 위로했다"는 내용까지 등장했다.
물론 김호중이란 톱스타가 음주운전을 했고, 도주치상을 했기에 수많은 대중들의 큰 관심도 있었지만, 도를 넘는 언론사의 추측성 보도는 심각할 정도다.
1심에 '김호중 엄마 등장', '김호중 엄마 사칭녀'의 오보도 기자가 직접 나서서 여러 기자에게 전화해서 바로 잡았다. 하지만 이미 잘못된 오보로 방송을 진행한 공중파와 종편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난 12일 김호중 2심 재판정에 어렵게 입장을 해서 선착순으로 재판정에 입장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순서대로 입장하다 보니 공교롭게도 김호중씨와 김호중 소속사 본부장인 전형표 피고인의 바로 뒤에서 취재를 진행했다.
음주 뺑소니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트로트 가수 김호중(34) 씨 측이 항소심 첫 기일에서 "당시 김 씨의 음주 대사체 수치는 미미했는데, 일행이 섭취한 주류 총량까지 고려해 음주 상태가 과장됐다"며 변론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재판장 김지선, 소병진, 김용중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범인도피교사 등 혐의를 받는 김 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구속 상태인 김 씨는 목발을 짚고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김 씨 측 변호인(주영환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임혜진·신동협 변호사)은 1심 판결에 법리 오해가 있다며 PPT 자료를 활용해 항소 이유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2심 재판에 참석한 김 씨의 변호인인 임혜진(49·사법연수원 31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1심의 모든 죄를 인정하고 김호중씨는 반성하고 있다"고 변호를 시작했다. 그러나 "1심 형량이 너무 과하기에 PPT를 준비해서 1심의 형량인 2년 6개월의 실형이 너무 과하기에, 죄송하지만, 위험운전치상과 술타기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 싶다"고 2심 재판부에 요구했다.
그리고 2심 재판부에서는 그러한 점에 관해서 설명할 기회를 줬다.
그렇기에 2심 재판에 직접 참석한 6개 언론사의 대부분 기사에는 "1심은 인정하지만, 형량에 대한 과함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물론 기자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서 "1심에 대한 범죄사실을 부인"한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재판에는 "김호중 변호사 측의 부인"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
1심의 유죄는 그대로 인정했지만, 형량의 과함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면서 그에 대한 '위험운전치상 여부'와 '술타기'에 대한 여부에 대해서 구체적인 반론을 진행한 것이다.
김 씨 측 변호인은 위험운전치상 혐의와 관련해 "중요한 판단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아니라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한지 여부"라며 "국과수의 분석 결과 김 씨의 음주 대사체 수치는 미미한 수준이었음에도, 수사기관은 단순히 일행이 섭취한 주류 총량을 근거로 과도한 음주 상태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김 씨가 실제 섭취한 음주량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주점 종업원의 진술도 신뢰성이 부족하고, 대리기사와 발렛기사의 진술에 따르면 김 씨의 상태가 정상적인 운전을 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 변호인은 김 씨가 선천적으로 한쪽 발목이 기형이며 반대쪽 발목도 약해 걸음걸이에 장애가 있다고 설명하며 "김 씨는 평소에도 걸을 때 절뚝거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오해해 음주 영향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범인도피교사 혐의와 관련해서도 "김 씨는 매니저와 옷을 바꿔 입기는 했지만, 이는 이미 다른 피고인들이 허위 자수를 결정한 이후였다"며 "김 씨는 단순히 소속사 관계자이자 형과 같은 존재였던 다른 피고인들의 결정에 따라 행동했을 뿐, 주도적으로 교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형부당 주장과 관련해서는 '술타기 수법'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김 씨는 매니저가 허위 자수를 할 계획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음주 측정을 피하려 한 것이 아니다"라며 "술타기는 사고 직후 독한 술을 급하게 마신 뒤 음주 측정을 방해하려는 것인데,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술타기 패턴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CCTV 및 음성 녹취가 재생됐다. 영상에는 김 씨가 주점에서 나오는 모습,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사고 직후 장면 등이 포함됐다.
특히 김호중씨가 술집에서 나올 때 오랫동안 의자에 착석했기에 왼쪽 발목의 불편함으로 왼쪽 다리를 살짝 저는 것도 영상에서 그대로 보였다.
특히 '위험운전치상'의 여부인 "만취가 돼서 인사불성이었다"는 내용이 아닌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비틀거림이 거의 없었다. 다만, 꽤 오랫동안 문자를 보내면서 살짝 비틀거리는 모습과 차량 운전 중에도 깜빡이를 제대로 넣고 대기를 하는 모습도 그대로 영상에 담겼다.
다만, 한차례 왼쪽 차량 바퀴가 중앙선을 살짝 넘는 장면이 한 번 정도 영상으로 확인이 됐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엘리베이터에서 살짝 휘청거리는 모습은 술 때문이 아니라, 다량의 차를 마신 후 화장실을 가고 싶어 소변을 참는 모습에 가깝다"며 "또 김 씨는 문자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었는데, 양쪽 발목이 약한 상태에서 집중해서 문자를 보내면서 자세가 흐트러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운전 장면에서도 비교적 금지선을 지키며 깜빡이를 제대로 사용했다"며 "핸드폰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차가 흔들렸을 뿐, 이는 일반적인 부주의 운전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증인 신문을 3명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2명은 굳이 안 해도 될듯하고 김호중씨에 대해서만 10분 정도 심문을 하는 것"을 허락했다.
그리고 1시간 30분 재판 내내 김호중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고, 이광득과 전형표는 고개를 들고 재판 모습을 지켜봤다. 그 어디에서도 김호중의 한숨 소리는 없었다.
물론 김호중의 음주운전과 도피에 대해서는 반드시 엄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김호중 재판을 이용한 언론사 조회수 높이기와 몇몇 종편 방송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 '김호중의 한숨 소리', '김호중 전부 부인' 같은 방송의 제목은 심각하다고 본다.
법원에서는 주관적인 판단이 아닌 객관적인 판단이 우선 돼야 하고 참석한 기자들의 기사를 2차 적으로 활용하는 방송사나 언론사는 "뻥튀기 식의 주관적 표현은 삼가야 하지 않나"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김 씨는 지난해 5월 9일 자정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도로의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나고, 매니저에게 대신 자수를 하도록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지난해 11월 김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소속사 전 대표 이광득 씨와 본부장 전모 씨는 각각 징역 2년과 1년 6개월, 매니저 장모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김호중의 아리스 팬들에게 간곡히 부탁하는 것은 조금 더 많은 기자에게 자리를 양보했다면, 추측성 보도가 아닌 재판 과정을 사실 보도할 기자가 더 법정에 들어가서 취재를 허락하는 것이 김호중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호중의 2심 재판과정을 취재하기 위해서 10개가 넘는 언론사 기자들이 왔지만, 이날도 선착순으로 배정된 6명 외에 나머지 기자들은 법정 밖에서 전송된 기사를 보고 기사를 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김호중을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재판정에 들어와서 재판을 지켜보는 것보다는, 더 많은 기자에게 객관적인 사실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서 잘못된 오보가 전해지는 것을 막는 것도 '김호중을 진심으로 아끼는 방법'이 아닌가 조심스레 고민해 본다.
한편 법원은 오는 3월 19일 김호중의 피고인 신문과 최후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보다 객관적인 보도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