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세탁물을 건조기 대신 자연 건조할 경우 가계비를 절약하는 것은 물론, 탄소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사람들의 세탁 방식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 환경 및 지속가능성 대학(SEAS) 연구진은 미국 내 가정에서 건조기가 차지하는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건조기 사용이 전체 가정용 에너지 소비의 약 3%를 차지하며, 이는 세탁기보다 6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내 모든 건조기를 가동하는 데 연간 70억 달러(약 9조 4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며, 이로 인해 연간 2,70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건조기 보급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80% 이상의 가정이 건조기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건조기 보급률은 30% 미만, 독일은 약 40%, 영국은 약 60%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이에 주목한 연구진은 ‘만약 미국 가정이 자연 건조를 더 많이 활용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라는 질문에서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를 주도한 주 주(Zhu Zhu) 박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건조기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건조기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자연 건조를 하면 얼마나 절약할 수 있을지, 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궁금했다”고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 결과,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고 100% 자연 건조를 할 경우, 건조기 사용 수명 동안 가구당 약 2,100달러(약 280만 원)를 절약할 수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3톤 이상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은 건조기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더라도 부분적인 자연 건조만으로도 상당한 절약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신형 에너지 효율 건조기를 구매하는 것보다 일부 세탁물을 자연 건조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SEAS 교수이자 미시간대 지속가능 시스템 센터 공동 디렉터인 셸리 밀러(Shelie Miller) 교수는 “기술적 개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행동 변화를 통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변화와 기술적 해결책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에서는 미국 내 지역별로 건조기의 탄소 배출량 차이가 크다는 점도 밝혀졌다. 예를 들어, 석탄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건조기 사용 시 탄소 배출량이 높아지지만, 수력 발전을 주로 이용하는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배출량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가스 건조기에서 전기 건조기로 전환할 경우 탄소 배출량이 90% 이상 줄어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220% 증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더 깨끗한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건조기로 인한 환경 영향을 줄이는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자연 건조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밀러 교수는 “우리가 소비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며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건조기 사용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더라도 작은 행동 변화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전기를 덜 사용하는 ‘비수기’에 건조기를 가동하면 배출량을 8% 줄일 수 있으며, 자연 건조 시 옷감이 뻣뻣해지는 문제도 짧은 시간 동안 건조기를 활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공간 부족이나 기후 조건으로 인해 자연 건조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주 박사는 “너무 습하거나 추운 환경이 아니라면 공기는 결국 옷을 말릴 수 있다”며, “큰 발코니나 넓은 마당이 필요하지 않으며, 작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자연 건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