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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에코&비건] 우리는 정말 치킨‧삼겹살의 민족일까?

 

지난 21일, 재단법인 숲과나눔은 ‘기후위기 시대, 미래의 식탁’을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진행했다.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이 어느새 기후위기의 주범이 됐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식단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숲과나눔은 식단이 개인의 취향 문제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 숲과나눔 장재연 이사장은 “기후변화에 대해서 정부와 기업에 대한 책임론이 많았던 반면, 개인의 생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말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개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2가지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는 연비 나쁜 자동차는 타지 않는 것, 두 번째는 육식을 줄이는 것이었다.

 

◆ 지금처럼 먹으면 미래에 고기는 없다

 

 

이번 토론회는 기후변화행동연구소를 중심으로 육식을 지향하는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식단을 바꿀 수 있지 주제로 진행됐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이윤희 선임 연구원은 ‘육류 저감 행동의 영향 요인과 유도 방안’이라는 제목의 연구를 약 1년간 진행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가 진행되는 2050년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채소 섭취를 2배로 늘리고, 육류 소비는 2분의 1로 줄여야 한다. 미래 식탁에는 고기는 없이 채소와 과일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곡류와 식물성단백질, 그리고 약간의 동물성단백질이 있으리라는 예측이 나왔다.

 

우리나라만 봐도 1960년대 이후 육류 소비는 꾸준히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연간 육류 소비량은 2018년 기준 1인당 총 53.9kg이었다. 1990년보다 약 2.7배가량 증가했고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게 늘었다.

 

이윤희 연구원에 따르면, 우리가 먹는 음식은 개인의 취향에 따른 것만이 아니다. 사회·문화적 규범에 큰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육식을 선택하는 데에는 개인적인 입맛이 가장 크지만, 그 이면에는 고기를 먹어야 영양보충이 된다는 사회적인 통념이 있었다. 그는 육식을 적게 먹는 사람에게 환경이나 건강에 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계속해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철규 고려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는 어쩌다 치킨, 삼겹살, 한우등심을 사랑하게 되었나’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음식과 사회-사회학적으로 먹기> 저서를 발표한 김 교수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먹는 행위와 음식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연구했다.

 

교수 또한 “입맛은 개인의 취향뿐만 아니라 문화적·지역적·사회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강조했다. 입맛은 타고난 것이 아닌 후천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히 치킨의 민족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닭을 사랑한다.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닭은 달걀을 얻기 위해 사육한 동물에 불과했다. 개항 이후 대량 비육법이 도입되고 양계농가가 생기면서 닭 소비량도 늘었다. 1960년대 접어들면서 통닭과 삼계탕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닭 인기에 한 몫 한 것은 KFC다. 1980년대 명동에 첫 매장을 오픈한 KFC는 특유의 감칠맛 나는 치킨으로 사랑받았다. 1990년대에는 교촌이나 BBQ처럼 배달을 기반으로 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가 등장하면서 치킨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현재 치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자 문화다. 배달음식의 대표이기도 하며, ‘치맥’이라는 새로운 용어도 탄생했다. 결국 매년 닭 8억 마리가 도축되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육류 중 하나인 삼겹살도 사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기 메뉴는 아니었다. 1970년대 기업형 양돈 농가가 생기고 1980년대 돼지고기 수출이 확대되면서 사육량이 늘어났다. 당시에는 수출 후 남는 부위를 활용해 만든 메뉴가 발달했는데, 대표적인 메뉴가 바로 순댓국이나 족발, 삼겹살이다.

 

특히 삼겹살은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노동자들이 즐겨 먹었다. 삼겹살의 기름이 폐에 좋다고 알려진 것이 주효했다. 서민들의 인기에 힘입어 1990년대 회식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고 지금도 삼겹살의 인기는 커져만 가고 있다.

 

교수는 "공장형 축산, 대량생산으로 동물은 고기를 위한 도구가 됐다. 고기는 공장에서 찍혀 나오는 상품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한우는 어떨까? 지난해 코로나19로 재난지원금을 받은 서민들이 한우를 많이 사먹었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한우는 값비싸지만,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다. 소는 조선시대에도 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후 1960년대와 1970년대 한일관 같은 전문 음식점이 발달하고 외식문화가 발전하면서 1980년대에는 갈비와 불고기가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는 마블링이 발달한 안심과 등심이 사랑받았다. 워낙 마블링을 찾는 탓에 호주에서 기름이 많은 소 전용 농장을 만들게 됐을 정도다.

 

하지만 육식이 늘어나면서 환경 문제는 심각해졌다. 김 교수는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체계를 만들려면 개인·조직·문화·정책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무엇을 먹는가가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의 허지원 플래너와 농어촌사회연구소 이근행 부소장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GMO 식품을 피하는 소비자가 많지만, 소가 먹는 옥수수는 GMO일 가능성이 크다. 이근행 부소장은 미국 옥수수 생산량의 60%는 소가 먹는 사료로 쓰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시민 1명이 1끼니만 바꿔도 온실가스는 0.7kg 감축 효과가 있다. 서울시청 전 직원이 1년간 52끼니를 바꾸면 70.7t 감축 효과가 있다 이는 소나무 1만708그루를 심은 효과이자 경유차 1대가 서울과 부산을 533회 왕복하며 배출한 미세먼지를 줄인 효과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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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홍

국민을 존중하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진실을 전해주는 정론직필 비건뉴스 발행인입니다.
'취재기자 윤리강령' 실천 선서 및 서명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2022년도 제1차 언론인 전문 연수' 이수했습니다.